코스트코에서 만든 pb 상품 아시죠? 커클랜드 시그니처 냉동식품 주스 커피 탄산에 세제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이 브랜드의 한 해 매출이 어마어마합니다.
무려 580억 달러 한화로 7조 원 정도 되는 거죠.
코스트코 전체 매출이 아니라 커클랜드 단일 브랜드 매출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로 보는 거냐면요 53개 그룹 전체 매출의 2배 쿠팡은 2.8배 수준입니다.
커클랜드 같은 브랜드를 프라이빗 브랜드 프라이빗 레이블이라고 합니다.
줄여서 pb 상품 pl 상품이라고 하죠.
자체 브랜드라고도 부르고요. 따지고 보면 다 자체 브랜드 아닌가 싶은데요.
여기서 말하는 pb 상품은 제조회사가 아닌 마트 같은 유통 기업들이 만드는 브랜드를 말하는 겁니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니처 이마트의 피코크와 노브랜드 쿠팡의 곰곰 무신사의 무신사 스탠다드처럼
소비자들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가성비 상품들입니다.
그럼 유통 기업들은 왜 자체 브랜드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걸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이게 돈이 되거든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pb 구조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해 볼게요.
예를 들어 a마트가 코카콜라 보틀링 공장에서 콜라를 납품받습니다.
100원의 콜라 한 병을 납품받는다면 여기다 유통 마진을 붙여서 130원 정도의 소비자에게 판매합니다.
그럼 마트는 30원을 벌게 되고요. 이게 전통적인 방식인 그런데 pb 상품 구조는 좀 다릅니다.
a마트가 탄산음료를 직접 기획하고 콜라 공장에다가 생산 의뢰를 맡기는 방식이죠.
예를 들면 병은 각지게 만들어주시 향은 코카콜라랑 최대한 비슷하게 해주세요.
그럼 a마트는 제조사에다가 제조비만 내면 되는 거예요.
이러면 전통적인 방식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
간단히 설명해 드렸지만 전 세계 많은 유통업체들이 pb 상품을 만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pb 상품의 가장 큰 무기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광고와 프로모션에 큰 돈을 들이지 않기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
상품은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광고 마케팅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러다 보니 많은 기업에서 마케팅 비용에 돈을 쏟아붓고 있고요.
그리고 이 비용은 당연히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끼치.
그런데 tv 상품은 마케팅 압박에서 조금은 자유롭습니다.
자기네 매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다 저렴한 가격으로 진열해 두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광고 효과가 나오거든요.
싼 게 비지떡이 아니나 싶겠지만 요즘 나오는 pb 상품들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유통 기업들은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소비자들에게 먹힐 수 있는지 가장 잘 아는 곳이거든요.
브랜드별 판매 데이터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코스트코나 이마트처럼 거대 유통기업이 거래하는 제조 기업들은 유명한 곳이거나 대기업이거나 대기업과 함께 일하는 중소기업인 경우가 많습니.
어느 정도는 검증된 곳이라는 거죠. 유통 기업이 처음부터 pb 상품을 잘 만든 건 당연히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pb 상품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따라하는 데 그친 유사 상품 정도였죠.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제품을 최대한 비슷하게만 만들어서 팔았거든요.
그리고 가격은 훨씬 더 저렴하게 책정했죠.
일단 싸기만 하면 팔릴 거라는 생각이었어요.
원조를 만들던 기업들은 이게 짜증 났을 겁니다.
카피하는 거야 이 바닥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넘어갈 수 있는데요 유통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하면서 저렴하게 팔고 있으니 문제인 거죠.
가격에 혹해서 pb 상품을 사는 사람들이 많긴 했는데요 인식은 그닥 좋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렴하기만 한 카피 제품 딱 그 정도였죠.
코스트코도 처음엔 별다르지 않았습니다.
코스트코의 창립자인 짐시네걸이 코스트코를 성공적으로 키운 후에 pb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포브스에서 한 기사를 본 뒤부터
소비자들이 pb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는 기사였죠.
아직 규모는 작지만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뭐 이런 분석 기사였어요.
이걸 본 짐시네갈이 코스트코에서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와 제품들을 살펴봤는데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브랜드 제품들은 가격이 빠르게 오른다는 거였어요.
이걸 보고 각이 선 거죠. 퀄리티는 최대한 끌어올리되 가격은 15~20%를 낮춘 제품을 만들면 대박이겠다.
그리고 이걸 각각의 개별 브랜드로 팔 게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버렸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굉장히 파격적인 정책이었어요.
이렇게 하면 해외 진출을 했을 때도 골치 아픈 일이 좀 줄어듭니다.
코스트코는 90년대에 이미 전 세계에 진출한 상황이었는데요 제품명을 개별로 지어 그중 한두 개는 상표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어요.
간단하게 예를 들면 마미손 장갑이라는 이름으로 고무장갑을 수출하고 싶은데 한국에서 못 파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렇게 1995년 커클랜드 시그니처란 브랜드가 만들어졌어요.
커클랜드 장갑, 커클랜드 휴지 이런 식으로 상품의 이름이 붙였죠.
커클랜드라는 이름은 코스트코 본사가 있던 워싱턴주 커클랜드에서 따온 겁니다.
원래는 코스트코 창업주였던 시애틀의 이름을 따서 시애틀 시그니처를 하려고 했는데요 너무 유명한 도시라서 등록이 안 됐거든요.
커클랜드는 확실히 다르기는 했습니다.
어느 정도 퀄리티를 보장하면서 저렴하게 물량을 풀었거든요.
보통 유통 기업들의 마진율이 30% 정도인데 커클랜드는 15%를 고수했죠.
싸게 그러나 많이 판매한다 이건 코스트코가 원래도 가장 잘하는 겁니다.
예상대로 큰 인기를 얻게 됐죠. 기존의 pb 상품들은 가격에 초점을 맞췄는데 코스트코는 품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pb 상품을 싸구레로 인식하고 있었으니 이 인식을 바꾸는 게 문제였어.
여기서 커클랜드란 단일 브랜드로 pb 상품을 판매한 게 큰 역할을 했죠.
커클랜드라는 브랜드가 붙은 상품은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됐거든요.
그리고 코스트코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이걸 사기 위해서 코스트코 회원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요? 한국의 대형마트라는 트렌드를 가져온 이마트.
이마트도 진작에 pb 상품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97년에 이미 자체 브랜드를 출범했거든요.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2
처음 출시했던 제품은 우유였어요. 농가랑 직접 계약해서 생산했던 건 아니고요.
매일 유럽에서 생산한 우유를 유플러스라는 이름을 붙여서 판 거였죠.
당연히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했고 이게 잘 나갈 때는 전체 우유 매출에서 50%가 넘는 어마어마한 점유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다음 아이템은 라면. 이것도 이마트가 직접 만든 건 아니고 빙글에다 제조를 맡겨 빙글의 입장에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거예요.
당시 빙글의 라면 사업부 사정이
좋지 않았거든요. 공장 가동률도 높일 수 있고 수익도 낼 수 있으니 여러모로 괜찮은 제안이었죠.
이렇게 e플러스가 잘 되긴 했는데요 뭔가 좀 애매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도 역시 pb 상품은 어쨌거나 싸구려 취급을 했거든요.
이마트뿐 아니라 홈플러스, 롯데마트 pb 상품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2천년대 초반까지도 pb 상품의 매출을
그냥 전형이었어요. 여기서 다른 기획이 필요했죠.
이마트 관계자들이 세계 각국의 마트에 조사를 나갑니다.
pb 상품 제조업체를 뒤집고 다니면서 자료를 모았는데요.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pba 트렌드 바뀌고 있었어요.
pb 상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가격 경쟁력이 의미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던 것.
미국의 pb 상품은 90년대 이후 점차 프리미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코스트코뿐만 아니라 홀푸즈 마켓이나 트레이드스 조 같은 유명 마켓들도 이미 트렌드를 쫓아서 변하기 시작했거든요.
한국에 돌아온 이마트 관계자들도 프리미엄 제품군을 늘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마트는 e플러스를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
이때 나온 브랜드가 피코크입니다. 원래 피코크는 신세계 백화점 자체 의류 브랜드였어요.
생산 비용이 오르면서 2천년대 들어서 문을 닫았었죠.
국내 최초 pb 상품이었기 때문에 신세계도 자부심이 깊었는데요.
이마트가 이 이름을 가져가서 부활시킨 겁니다.
피코크의 대표 아이템 역시 음식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정 간편식이었죠.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거든요.
그래서 자체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협업할 식당을 찾기 위해서 전국의 유명 맛집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피커워크의 대표 밀키트 초마 짬뽕이 이때 등장했죠.
홍대에서 가장 잘 나가던 짬뽕집 초마와 협업해서 출시한 짬뽕인데요.
생각보다 퀄리티가 괜찮아서 반응도 꽤 좋았습니다.
초마를 아는 사람들이 먹어보고 나서 입소문을 낼 정도였죠.
여기다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초마를 언급하면서 힘을 실어줬고요.
퀄리티를 잡는 데 성공한 피 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동안 이마트는 또다시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합니다.
바로 노브랜드. 노브랜드는 철저하게 가격에 초점을 맞췄으.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으니까
노브랜드는 초기부터 화제였습니다. 포장 디자인과 제품 이름도 딱히 없었죠.
본질적인 기능만 남겨두고 가격에만 집중해서 간결한 디자인과 극강의 컨셉 이게 소비자들에게 믿음직스러운 인상을 줍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홍보를 하는 현상까지 벌어질 정도였죠.
노브랜드는 이마트 pb 상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축이 됩니다.
골목상권 침해 이슈 때문에 지금은 매장수 확장을 하지 않고 있지만요.
tv 상품은 편의점에서도 빛을 바랍니다.
사실 편의점 pv도 초반엔 가격에 초점을 둔 미끼 상품들이 대부분이었죠.
원래 편의점 대표 미끼 상품은 삼각김밥이었어요.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팔면서 사람들을 편의점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거든요.
사실 삼각김밥이나 도시락도 pb 상품이라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이젠 확실히 품질이나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단했다고 생각하는 건 gs25의 오모리김치찌개라는 ceu의 연색우유 크림빵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곰표 밀맥주도 생각이 나네요.
오모리김치찌개 라면은 gs25 컵라면 부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
연세우유 크림빵은 뭐 sns를 뒤집어 놨었죠 두 상품 모두 소비자들의 취향과 소비 패턴을 제대로 저격한 제품들이에요.
편의점은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소비자들의 집이나 직장 근처 어디에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다른 곳보다도 트렌드 파악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유행할 만한 아이템을 빠르게 기획하고 실험해 보기에도 용이하죠.
하루에도 여러 번 편의점을 드나드는 소비자들이 많으니까 반응도 빠르게 체크할 수 있습니다.
gs리테일이 2030 직원들로 구성한 가셈 기획이라는 개발팀을 따로 둔 이유가 이겁니다.
트렌드 대응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죠.
실제로 이 팀에서만 수십 가지의 pb 상품을 내놓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이젠 인기 pb 상품을 찾아서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죠.
예전에는 어느 편의점을 가나 다 똑같은 상품을 팔고 있어서 차이가 없었는데요 지금은 아닙니다.
소비자에 따라서 선호하는 편의점이 갈리기 시작했거든요.
pb 상품이 이런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 겁니다.
보셨듯이 pb 상품은 이제 저렴하기만 한 상품을 뜻하지 않습니다.
품질은 품질대로 괜찮으면서 새롭고 트렌디함까지 갖춰야 하죠.
신라면 차미솔처럼 나온 지 수십 년 된 스테디 샐러들 사이에서 pb 상품은 신선함을 던져줍니다.
유통사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다 보니 우리에겐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긴 셈이죠.
덕분에 소비자들은 다채로운 소비를 할 수 있게 됐으니 저는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