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카디비가 인스타에다가 명랑 핫도그를 인증한 적이 있었습니다.
재밌는 반응들이 많았는데요. 비현실적이다. 동서양 모두 하나가 되는 맛이다.
명랑 핫도그는 인정이지 명랑핫도그 사장님이 너무 잘생겨서 맨날 갔었는데 8kg 찌고 나서는 안 간다는 슬픈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이렇게 생긴 핫도그를 콘도그라고 합니다. 이 한국식 핫도그가 미국으로 역수출되고 있다는 건데요.
캐처 뿌린 핫도그를 엮였다고 표현하는 미국인도 있다고는 하지만 감자에 설탕, 케첩까지 잔뜩 뿌린 이 음식을 어떻게 외면하겠어요?
핫도그는 세계적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트리푸드입니다.
중남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볼 수 있죠.
지역에 따라 생긴 건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습니다.
긴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고 토핑을 올려 먹는다는 거죠.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미국식 전통 핫도그가 아닌 콘도그가 들어왔을까요?
오늘은 이 핫도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핫도그가 탄생한 곳은 분명 미국입니다.
하지만 이 핫도그의 뼈대를 만든 건 독일인들이죠.
이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핫도그의 메인 재료인 소시지는 유럽 전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만큼 이 소시지에 진심인 사람들이 없죠.
이 나라 사람들이 어느 정도냐면요. 독일에는 피링겐,
브라 버스트라는 소시지가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고기와
부속물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무려 15세기에 법률로 만들어 놓을 정
이렇게 소시지의 진심인 독일 사람들이 19세기 미국으로 대거 이민을 떠납니다.
독일 사람들은 미국에서도 소시지를 만들어 먹었고 이걸 빵에다 끼워 먹었죠.
빵에 고기를 끼워 먹는 게 특별한 레시피는 아닙니다.
어느 문화권에 가서
볼 수 있는 음식이니까요. 익히 알려져 있는 뉴욕식 전통 핫도그를 보면 핫도그는 분명 독일계 이민자에게서 유래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근거 핫도그에 피클이 아닌 자우어크라우트가 들어갑니다.
이건 독일식 양배추 설인이죠. 두 번째 이 핫도그에 들어가는 소시지는 프랑크푸르트라고 부르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와 비너라고 부르는 비엔나 소시지입니다.
둘 다 19세기 독일에서 많이 먹은 소시지죠. 이 뉴욕식 핫도그는 꽤 잘 팔렸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굉장히 저렴했거든요. 애초에 소시지는 저렴한 음식입니다.
비싼 부위들을 잘라내고 남은 것들을 곱게 갈아서 속을 채워 만든 거니까요.
빵은 뭐 당연히 저렴했고요. 19세기 후반까지 핫도그는 단돈 1센트에 팔렸습니다.
저렴한 데다가 배를 채우기 괜찮고 칼이나 나이프도 필요 없으니 노동자들이 많이 찾았죠.
그런데 이 소시지빵 왜 핫도그라 불렸을까요? 여기에도 여러 가지 설들이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독일 개인 박스운트를 닮아서라고 하죠.
1935년 야구장에서 장사를 하던 한 기업가를 통해서 알려진 설인데요.
이것도 근거가 좀 부족합니다. 기록상으로는 1890년대부터 핫도그라는 이름이 쓰이고 있었거든요.
왜 하필 도그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건 이 소시지 때문입니다.
너무 저렴하다 보니까 개고기가 들어간 게 아니냐 이런 농담들이 오갔었거든요.
말씀드린 것처럼 소시지는 굉장히 저렴한 음식이었습니다.
위생 관념이라는 게 생겼던 20세기 초 이전에는 믿고 먹을 만한 음식이 아니었죠.
고기를 잘게 갈아 넣다 보니까 뭐가 들어갔는지도 파악하기 힘들고요.
세계적으로 이런 의심을 받던 음식은 늘 있어왔습니다.
한국에서도 기레파는 갓꼬치 보고 비둘기 고기 아니냐고 했었으니까요.
19세기 미국의 변호사였던 존 코크리삭스는 이런 이야기를 남긴 적이 있습니다.
법은 소시지와 같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들여다볼수록 존경과는 멀어진다.
특히 핫도그가 가장 많이 팔린 곳은 뉴욕의 해양 관광지인 코니 아일랜드.
근데 여기에서는 간판에 핫도그라는 이름을 못 쓰게 했었죠.
개고기 회담이 너무 강력했던 걸까요? 관광지의 품위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핫도그라는 이름은 너무 익숙해진 뒤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핫도그라고 불리긴 했죠.
여러모로 논쟁이 많았지만 뉴욕의 이민자들이 계속 늘어가면서 수요는 더욱 커졌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더욱이나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었죠.
이민자들이 미국 곳곳으로 퍼지면서 핫도그는 더 멀리 퍼졌고 지역별로 차별화된 핫도그가 만들어집니다.
유대인들의 핫도그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뉴욕항을 통해 입국한 유대인들은 시카고로 많이 진출했고 여기서 터를 잡았습니다.
유대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를 먹지 않죠. 때문에 소고기 소시지를 많이 만들어 먹었습니다.
이 덕분에 시카고식 핫도그는 소고기 핫도그가 중심이 됐고요.
토마토가 베이스인 칠리소스를 넣은 칠리 도그 역시 이민자들의 산물입니다.
칠리라는 이름 때문에 멕시코 이민자들이 만들었을 거라 생각하시는데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의외로 그리스계 이민자들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이탈리아 사람들만큼 토마토를 많이 먹거든요.
소시지가 기름지다 보니 토마토와 고추를 활용한 칠리소스는 핫도그와 굉장히 잘 어울렸죠.
핫도그는 가난했던 이민자들에게 좋은 사업 아이템이기도 했습니다.
핫도그는 만들어 팔기 쉽거든요. 소시지는 공장에서 빵은 베이커리에서 받고 소스와 토픽만 준비하면 됩니다.
으리으리한 가게가 필요하지는 않죠 작은 카트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거든요.
이렇게 많은 이민자들이 핫도그로 스트리푸드 사업을 시작한 거죠.
한국의 야구장에는 치킨이 있는 것처럼 미국의 야구장에는 핫도그가 있습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죠. 미국 야구팀들은 뉴욕이나 보스턴,
필라델피아 같은 동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탄생해서 발전했기 때문에 핫도그에 이미 익숙한 동네입니다.
또 식기가 없어도 되니까 경기장 같이 복잡한 곳에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죠.
이후 야구의 인기가 극에 달하면서 핫도그의 인기도 함께 치솟게 됩니다.
이제 콘도구 이야기를 할 차례인데요. 사실 한국인들에게는 이게 더 익숙하죠.
소시지를 막대기에 끼운 후에 반죽을 묻혀 튀기는 겁니다.
핫도그가 대략적으로 어느 시기에 탄생했는지 파악이 가능한데요.
콘도그는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확한 자료를 찾기가 힘듭니다.
대략 1930년대에 등장한 거라 추정하긴 하지만 한국의 미군을 통해 들어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핫도그가 처음 뉴스에 등장한 건 1971년입니다.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서 핫도그를 판다는 내용이었죠.
비슷한 시기에 우리온 핫도그 광고도 보이기 시작했고요.
왜 뉴욕식이 아니야? 콘도그가 먼저 들어온
몇 가지 추정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긴 합니다만 일단 한국은 소시지가 너무 귀한 나라였습니다.
미국에서야 소시지를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분홍 소시지가 최선이었거든요.
진짜 소시지는 비싼 건 둘째치고 구하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있는 것도 잘게 잘라서 써야 할 판에 소시지 하나를 통으로 쓸 수가 없었겠죠.
때문에 비교적 작은 소시지를 반죽에 묻혀서 튀기고 양을 늘리는 방식이 콘도그가 좀 더 적합했을 겁니다.
1990년대부터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햄과 소시지를 많이 먹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콘도그를 먹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콘도그에 길들여졌거든요.
2천년대부터는 진짜 미국식 핫도그 가게도 생겼습니다.
스테프 핫도그 아시나요? 로고 색깔 때문인지 미국 정통 브랜드 같지만 사실 덴마크 브랜드입니다.
튤립팬 같은 육가공품을 만드는 회사 에니시 크라운이 만든 핫도그 프랜차이즈.
2천년대 초반부터 이태원을 비롯한 스키장, 리조트, 휴게소 등의 점포를 내고 핫도그를 소개했던 곳입니다.
지금도 주유소에서 가끔 보이죠. 저도 영화나 미디어에서만 보던 미국식 핫도그를 처음 접했던 게 이 스테프 핫도그였는데요.
이런 게 바로 미국 본토의 맛이구나 하면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은 덴마크의 맛이었는데 말 이 오리지널 핫도그는 한국에서도 점점 자리를 잡게 됩니다.
놀이공원이나 영화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게 사실 핫도그는 대량으로 만들어 팔기에도 좋기 때문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팔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확실히 자리를 잡아 나가긴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리지널 핫도그보다 양이나 구성물에서 더 나은 햄버거를 좋아했으 핫도그라고 하면 콘도그를 더 많이 찾았고요.
그리고 콘도그를 본격적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감자 핫도그입니다. 핫도그에 감자 조각을 붙여서 튀긴 건데요.
탄수화물의 탄수화물 이건 정말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입니다.
이걸 미국인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코리안 컨도그라고 검색하면 이 감자 핫도그와 치즈 핫도그가 많이 뜨죠.
이렇게 한국에서 스트리푸드로 자리 잡은 콘도그는 2016년에 세대 교체를 맞습니다.
바로 명랑 핫도그가 등장하거든요. 2016년 7월 부산대 앞에서 4평으로 시작한 핫도그 집인데요.
티즈 핫도그, 쌀 핫도그, 오징어 먹물 핫도그 같이 재미있고 트렌디한 것들을 많이 만듭니다.
그리고 이게 나오자마자 꽤 잘 됐어요. 영랑 핫도그 창업자는 지인들과 협동조합 형태로 창업을 했는데요.
1호점이 대박이 나는 걸 보고 조합원들이 부산 이곳저곳에 바로 매장을 냈다.
이게 다 대박이 납니다. 이 기세는 금방 전국으로 퍼져 물론 고비는 있었다고 해요.
오픈 1년 만에 매출이 떨어지고 처음엔 대기줄이 정말 엄청났는데
줄이 점점 짧아졌거든요. 이후 드라마 PPL이나 광고도 본격적으로 하고 신메뉴까지 연이어서 출시하면서 반등하긴 했었지만 원조 핫도그의 하위 호환이었던 한국의 핫도그는 이제 새로운 장르가 된 것 같습니다.
콘도그가 사실 미국에서는 그렇게 인기 있는 음식은 아닌데요.
최근 미국에 진출한 명랑핫도그는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은 성과가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이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죠. 오늘 이 핫도그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면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이민자들에 의해 핫도그가 전파됐고 그 핫도그가 지역 특색에 맞게 점점 변화해 왔다는 것.
핫도그가 이제는 미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음식이 된 것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지역마다 다른 모양을 띠는 게 핫도그의 정체성이니까 이 점에서 한국식 핫도그 역시 핫도그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