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각국은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경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은 선진국,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있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유럽의 작은 나라 아일랜드입니다.
아일랜드는 한반도 면적의 3분의 1에 불과한 작은 국가죠.
하지만 imf 통계 기준 2022년 1인당 gdp는 약 10만 2천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약 3만 3천 달러인 우리나라의 3배, 영국의 2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인구 수 505만 명의 작은 국가 아일랜드는 어떻게 이런 경제 부국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오늘은 아일랜드에 대해서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켈틱 타이거 세계 최부국으로 강림한 아일랜드를 부르는 별칭입니다.
하지만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일랜드는 서유럽의 환자로 불렸습니다.
유럽 국가 가운데 마지막 식민지였던 뼈아픈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죠.
아일랜드는 1969년부터 1921년까지 무려 75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아왔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로 생각해 본다면 고려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어마어마한 기간 동안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수많은 수탈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가장 참혹한 시기는 바로 1840년대 감자 대기근이었죠.
당시 아일랜드인들의 주식은 감자였습니다.
과거 유럽인들은 감자를 악마의 작물이라고 부르면서 식량이 아닌 가축의 사료로 써왔습니다.
때문에 아일랜드 농작물의 대부분을 수탈해간 영국인들이 유일하게 가져가지 않은 것이 바로 감자였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아일랜드인들의 주식은 자연스럽게 감자가 됐던 겁니다.
그런데 1840년대 아일랜드인들을 더 고통으로 몰고 가는 일이 발생합니다.
바로 미국 동부에서 시작된 감자 역병이 아일랜드에서도 퍼지기 시작한 거죠.
감자역병은 감자에 흰 곰팡이가 생기며 썩는 병으로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질병입니다.
그 결과 아일랜드인들은 감자를 수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수많은 사람이 굶주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영국은 마땅한 정책도 내놓지 않고, 아일랜드 농작물을 수탈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심지어는 오스만 제국이 아일랜드에 만 파운드를 기부하겠다고 하자, 영국 정부는 천 파운드만 기부하라고 만류하게 되죠.
영국 여왕이 2천 파운드를 기부했으니까, 그것보다는 적게 기부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결국 약 100만 명의 아일랜드인들은 굶주림과 장티푸스, 콜레라 같은 전염병으로 사망했고, 감자 기근이 심각했던 1845년부터 1852년 사이에 1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고 맙니다.
이때 많은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에 정착하게 되는데요 이게 현재 미국 내 인종 비율 10
%를 아일랜드계가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영국의 무차별적인 수탈과 감자 기근으로 820만 명이던 아일랜드 인구는 약 10년 만에 65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됐고요.
영국의 강압적인 개조 요구까지 이어지자, 분노가 극으로 치달은 일부 아일랜드인들은 무장단체인 ira를 만들어 독립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1921년 영국으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았고, 1937년에는 완전한 독립에 성공하게 되죠.
하지만 아일랜드는 독립 과정에서 큰 손실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영국 아일랜드 조약 체결에 따라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6개 주와 남부 26개 주로 이루어진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분단됐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분단 이후에도 종교 갈등으로 인한 내전이 계속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고, 이 때문에 국가 기능은 마비 수준이 되어 버립니다.
이후 아일랜드 정부는 경제 재건을 위해 수차례 산업화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고, 1950년대에는 40만 명에 가까운 아일랜드 국민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이민을 택하게 됩니다.
게다가 독립한 지 30여 년이 지난 1970년대까지 전체 수출의 80%가 대영국 수출일 정도로 여전히 영국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유럽의 최빈국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었죠.
하지만 1980년대, 아일랜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1987년, 새롭게 취임한 찰소이 총리가 개혁에 나서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부와 기업, 노동조합 3자가 협의체를 구성해서 원활한 임금 조정과 노사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인 사회적 대타협 체결이었습니다.
노조는 임금 인상을 3년간 2.5%로 합의했고, 정부는 법인세 등을 대폭 깎고 사회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기 시작했죠.
이런 협의는 10년도 되지 않아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1987년 gdp 대비 117%에 달하던 부채가 1990년 96% 수준이 됐고, 만 달러에도 못 미치던 1인당 gdp는 2001년 2만 8천 달러를 넘으면서 영국마저 누르고 서유럽 경제 강국 대열에 들어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17%를 넘나들던 실업률을 약 4%로 떨어뜨리면서 켈틱 타이거라는 수식어를 얻게 됩니다.
이렇게 아일랜드는 빠르게 경제 안정을 찾으면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2003년 지금의 아일랜드를 있게 한 정책을 펼치게 됩니다.
글로벌 기업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낮췄던 법인세를 유럽 최저 수준인 12.5%까지 인하하게 됩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등 인접 국가들의 법인세가 최대 40%에 달한 것을 생각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낮은 법인세만으로 일어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잇는 위치와 고등 교육을 받은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강점이었죠.
그 결과 미국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제약과 전자, 의료기기 등 대부분의 제조 회사들은 아일랜드의 생산 기지를 두게 됩니다.
그리고 1990년 1인당 gdp 1만3600달러에 불과했던 아일랜드는 2007년 6만 달러를 넘기게 됩니다.
급성장하는 경제력으로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아일랜드 하지만 2천년대 후반 또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됩니다.
포항 절정이었던 2007년
당시 아일랜드는 건설업이 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건설 붐이 불었고, 부동산과 금융산업 분야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미국발 금융위기, 서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대부분의 산업이 금융업과 외국 자본, 외국 기업의 투자와 유치로 이뤄진 아일랜드에는 직격탄과 다름 없었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아일랜드의 부동산과 금융 버블을 모조리 터뜨렸고, 결국은 eu 국가 중 처음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됩니다.
경제 부국의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겁니다.
그럼에도 아일랜드는 다시 시작합니다.
imf의 사회복지
축소, 임금 동결, 세금 인상, 이자율 인상 같은 극단적인 긴축 재정 약속을 철저히 지키면서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선 것.
2010년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에는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위로존 내 유일한 영어 사용국이라는 점과 친기업 정책이 많다는 여러 가지 강점을 내세운 것이죠.
게다가 이 시기에도 변함없이 최저 법인세를 유지하며 다국적 기업 유치에 안전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지난 2013년 글로벌 경제 위기가 끝나고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일랜드의 최대 무역 및 투자국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 유치가 이뤄졌고,
지난 2015년 gdp 성장률은 26%를 넘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일랜드의 생존 방법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2022년 1인당 gdp 10만 달러를 넘기는 기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가난한 국가에서 부자 국가로 탈바꿈한 아일랜드.
이런 아일랜드의 성장에는 분명 명함이 존재합니다.
다국적 기업 의존적인 형태이다 보니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했을 때 과거의 경제 위기를 또 겪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의 법인세로 인해 조세 피난처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낮은 세율을 유지하는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2021년 g7 회의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설정하자는 방안이 제시됐고, 아일랜드도 미국 등 우방국의 압박에 못 이겨 동의한 상황입니다.
이 방안은 내년 초 적용될 것으로 보여서 아일랜드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아일랜드는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까요?